백석의 여승 일상이야기

여승(女僧) -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의 시를 읽으면, 한편의 단막극을 보는 듯하다. 어느 여인의 슬픈 인생을 이 짦은 시안에 담아냈다.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시인 백석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내면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한편의 좋은 시가 싱글몰트 한병 부럽지 않을 때가 있다.  


덧글

  • 둘째누나 2012/05/22 19:25 # 삭제 답글

    남정국엉책에 나온시네.그렇게 외워싸더니만 쯧쯧쯧이다.
  • 태양의 찬가 2012/06/12 13:45 # 삭제 답글

    얼마전, 평소 법정스님의 설법과 글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길상사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그의 詩 속 주인공인 '나타샤' 김영한의 백석에 대한 애뜻한 흔적을 느꼈습니다.

    순수한 우리말을 시어로 잘 나타내며, 늘 진지함과 순수함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곤 한다는
    백석의 성품이 그의 여러 시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곤 합니다.
    합장하는 두 손이 만들어지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지내온 저 여승처럼,
    현실에서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잘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반가운 백석에 관한 글이 있어 몇자 적는다는게 초면에 너무 많이 낙서를 한 것 같네요.
    블로그가 간결하니 참 좋아요.
    아무래도 가끔 들러 좋은글 빌려가기도 하고, 또 이렇게 낙서도 할것 같은데.. 괜찮으실런지요? ^^
  • 박정웅 2012/06/12 13:50 # 답글

    네. 언제든지. ㅎㅎㅎㅎ
  • 박정웅 2012/06/12 14:00 # 답글

    백석의 시를 아시는 분이 생각보다 드문데. 마치 숨겨진 보물을 같이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암튼 반갑습니다.
  • 태양의 아들 2012/10/31 12:33 # 삭제 답글

    두 계절을 보내고 오랜만에 흔적을 남기네요. 닉네임도 새옷으로 갈아 입히고. ^^

    이번에 송준 작가의 <시인 백석1.2.3> 이 출간 되었는데,
    지난날 백석과의 인터뷰를 위해 북한을 세번이나 다녀왔었다더군요.
    현재 백석에 관한 석박논문들은 물론 그에 대한 평론이나 저서들 중 대부분이 송준작가의 자료를
    토대로 나왔다고 하니 한평생 '백석에 미친' 작가의 열정이 새삼 부럽기까지 합니다.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함께 나누려고 잠깐 들렀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120%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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