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기일 즈음해서 일상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희 어머님은 돌아가신지 8년 정도 되십니다.
생전에 불의의 사고로 고생하시다가 마지막에 합병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던터라, 옆에서 많이 못지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죠.

그때, 어머님 장례를 치르고, 몇주후에 제가 수필처럼 쓴 글을 큰누님이 저한테서 메일로 받아서 간직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시길래,
겨우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글입니다.
어머님 기일이 7월 말이라서, 글을 올려 놓으려 합니다. 유치하지만, 나름 진정성이 있는 글이라서, 쑥쓰럽지만 올려 놓습니다.


지난 주에 감자를 먹었다.

감자 맛있게 먹으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삶은 감자. 감자를 찌기 전에 미리 껍질을 숟가락으로 다 벗겼다. 시골에 있을 때, 국당집 우물가에서 노란 세숫대아에 담궈서 숟가락으로 긁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 직장인 취수장 밑에 텃밭이 있었다. 고구마, 옥수수, 감자 등 여러 가지를 심어서 먹곤 했었는데. 여름에는 감자랑 옥수수가 잘 되어서 자주 먹었다. 군것질은 그게 거의 전부였다. 그 때 우리동네는 가게가 문을 안 열때가 많아서 딱히 돈을 주고 사먹을 게 없었다. 물론 돈도 없었지만.

뭔가 밥이 아닌,  다른 음식이 먹고 싶으면 감자를 캐와서 쪄 먹곤 했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꼭 우리 형제들에게 감자껍질 벗기는 일을 시켰었다. 그땐 아직 내 작은 손에는 감자가 크지만 또 숟가락 또한 큰 것이지만 이를 악물고 껍질을 벗긴다. 몇번이나 감자를 떨어뜨리는 걸 반복하고 나서야 작업을 끝낸다.

 솥을 준비한다. 물을 넣고 속살이 노르스름한 감자를 넣는다. 그리고 연탈불에 올려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림을 즐긴다. 우물가를 서성이다가 뒤안간을 헤매어본다. 두꺼비가 간혹 보이고 달팽이가 집 벽에 몇마리 닥지닥지 붙어있다. 뒤안간에서 하늘을 보면 해가 없다. 산이 뒤에 있기 때문에 항상 응달이다. 대나무, 참나무가 많아서 나뭇잎 부딫히는 소리가 들린다.

왼쪽 벽을 따라 걸어본다. 일동네 집이다. 무서운집. 조금만 시끄러워도 야단을 치곤 한다. 우리집 앞에는 바로 논이 붙어 있는데 그게 일동네 집 논이다. 가끔 야구 공치기를 하다가  앞 논에 공을 빠뜨리면 큰 골치다. 주으러 들어가려면 벼를 헤쳐야 하는데 일동네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거의 포기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을걷이가 끝나면 그제서야 봄, 여름에 빠트린 공이나 다른 장난감들을 찾았다.

 암튼 한 30분이 지나면 찐 감자의 냄새가 하얀 솥두껑의 틈새에서 뿜어나온다. 어머니는 젓가락으로 확인을 한다. 젓가락이 한번에 쑥 들어가면 냄비를 연탄불에서 들어낸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소금이랑 사카린을 살짝 감자 위에 뿌린다. 뚜겅을 다시 닫고 솥을 아래위로 흔든다. 소금이랑 사카린이랑 감자 속살에 잘 버무려 질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다. 나는 내 찐감자 전용 그릇을 내 온다. 그리고 여름에도 냉장고에 넣어 둔 것 같이 시원한 우물물을 쇠그릇으로 떠와서 자리에 앉는다. 숟가락으로 가장 맛있을 것 같은 감자 두개를 내 그릇으로 가져온다. 백설탕을  그 감자 위에 뿌린다.

가장 중요하면서 즐거운 작업을 시작한다. 감자가 그릇안에서 놀지 않게 크게 조각을 내고 으깬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대충 으깨서 먹게 되면 그 맛이 안난다. 입안에 넣으면 알멩이가 안씹힐 정도로 완전히 으깬다. 아직 따뜻하다. 한숟가락 퍼서 맛을 음미한다. 몇 숟갈 정도를 먹고 나서는 시원한 냉수를 들이킨다.  찐감자는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

 

  우리 정웅이가 찐 감자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20년 전의 뜻밖의 공장 사고와 몇번이나 반복된 후유증, 그리고 뇌경색까지 겪은. 어머니는 말도 어눌하게 되었고, 정신연령도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당신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부위는 왼팔 하나 뿐인 상태가 되었다. 찐감자를 먹고 싶어하셔서 형수님이 집에서 쪄온 감자를 입원해 계신 병원에 가져왔는데. 어머니가 감자를 먹으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단다.

  우리 정웅이가 찐 감자를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그 다음주에 뇌출혈이 심하게  일어나서 그나마 희박하게 남아있던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2주후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나는 찐 감자를 먹으면서 서편 하늘을 자주 바라보곤 했다. 언제나 찐 감자는 오후 해가 기울어 질 때쯤에 많이 먹곤 했다. 숟가락으로 으깬 감자를 먹으면서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은 붉은 색이었고, 해는 산밑으로 점점 꺼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내가 감자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계신 어머니의 눈빛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덧글

  • 2012/07/29 20:49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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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01 19:21 # 삭제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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