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이 끝난 5일 후에 일상이야기

2012 18대 대통령 투표를 생각하며

 

대통령 선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저 또한 야권 지지 성향이었고, 투표 전날까지 당연히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선 전날 밤새도록 잠을 설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우리 두 살배기 둘째랑 장난치고 놀다가 대선 아침을 희망 가득하게 맞이 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오전에 투표하러 가자고 집사람에게 설치다가, ‘쫌 설레 발 치지 마라라는 핀잔을 듣고, 오후에 드디어 투표하러 갔습니다.

가족들 모두 강제?적으로 데리고 나와서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혈서를 쓰는 듯한 마음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꾹 찍고, 투표 인증 사진도 가족 모두 함께 찍었습니다.


투표율이 70대 중반이 넘는다는 소식에 이길 거라는 확신에 찼습니다. 얼른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6시를 기다렸습니다. 예전 제가 지지하던 후보가 6시 출구조사에서 이겼다는 발표를 듣고, 환호를 했던 생각이 났었습니다. ‘그래 그 감동을 또 느낄 수 있겠구나라고.

TV 채널 MBN에서도 정치평론가 10여명 중 70% 이상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고 예측했었던 터라, 더욱 확신에 찼습니다.

 

그런데, 방송사 출구 조사가 나왔습니다. 오차 범위내이지만 문재인 후보가 졌습니다. 물론 YTN에서는 이긴 결과가 나왔습니다. 순간 왠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왔습니다. 투표율이 70%이상이면 이길 것 같았으며, 70대 중반정도면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이니까요. 이기느냐 지느냐 그 이전의 문제였습니다.

결국 3.5%차이로 지고 말았죠.

 

현실은 아직 냉혹하다는 걸, 40대 들어서는 문턱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절망에 빠지면 안되겠죠.

 

1998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50으로 지고 우리는 절망했지만, 하프라인에서 드리블하다가 멋지게 중거리 슛을 날린 신인, 게다가 어리고 잘 생긴 이동국 선수를 보고, 다시 우리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절망이 있으면 희망은 더욱 빛난다는 참 좋은 말이 있습니다.

이동국 선수처럼 우리에겐 빛나는 젊고 빛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젊지는 않지만?, 정치 신인이면서 주전급으로 급부상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등등..

이들에게 우리는 기대를 걸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건 상대를 이기기 위한 우리 편 결집에 해당되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우리편 결집만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는 없습니다. 이보다 우선되는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50대 이상의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레임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명백합니다. 오로지 쪽수로 이기면 또 쪽수로 집니다. 쪽수로 이겨서 헤게모니로 정치를 하게 되면 반대편에게 증오만이 남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어린이집 차량이 정차하는 아파트 앞까지 5살배기 우리 딸을 배웅합니다. 그러면 늘 손녀를 배웅하는 이웃집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물론 그분도 이번 대선에서 1번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죠. 제 얼굴에 의지가 워낙 강해 보여서 그런지, 오후에 우리 딸을 마중나가는 우리 집사람에게만 1번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아주 소박한 분이죠.

당선이 결정 난 대선 다음날, 저는 차마 그 할아버지 얼굴을 보고 언제나처럼 웃음을 보일 수 없어서, 우리 딸을 얼른 태우고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다행히 그 할아버지 얼굴은 보지 않았죠.  

오후에 집사람에게서 들은 말은 그 할아버지가 얼마나 기분 좋아 하시는지 말도 못해라고 하더군요. 할아버지는 국방부 관련 국가 기관에서 평생 일을 하고 정년퇴직을 하셨을 때는 아파트가 2~3채 있다고 자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 사업 실패로 지금은 전세 아파트에 삼대가 같이 살고, 아침마다 투정부리는 손녀 눈치보고 살아가시는 분이셨는데, 바로 그 할아버지가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유쾌하게 손녀를 맞이하셨다니.

 

지금의 5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는 우리가 공감하지 못하는 소외감이 있다고 합니다. 발달심리학에서도 이야기하듯이 노년층도 생애주기에서 심리 발달이 진행되는데, 특히 이 세대에서는 인생을 되돌아보고 통합하는 과업(Task)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되돌아보고 통합해야 하는 그 세대에게 우리 젊은 세대는 무조건 진보를 이야기했고, 새로움을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이 통합과정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사건이나 경험을 하게 되면 과거로 회귀하게 되죠. 그리고 절망하게 됩니다.

야권을 대표하는 젊은 세대, 화이트칼라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한 정보력에는 우월하다고 자부했지만, 구 세대에 대한 공감은 부족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정보가 없고, 과거 불합리한 정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우리가 그 분들의 시대와 우상들을 부정한 꼴이 되니, 인생의 통합과정에서 절망의 문턱에 썼던 것 같아요. 투표를 해서라도 자신들의 과거는 합리적이었으며, 생산적이었다고 증명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야권을 지지한 사람들은 희망을 위해서 투표를 했었고, 여권을 지지한 어르신들은 절망을 피하기 위해서 투표했는지도 모릅니다.


 

2012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예년보다 침착한 시간을 보내면서 써봅니다.

  

 

 

 


덧글

  • 零丁洋 2012/12/24 11:28 # 답글

    누구를 선택하던 어떤 이념을 추종하던 상관없죠. 문제는 우리가 민주주의 자체를 버거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서구와 달리 아직 민주주의체제의 견고성이 염려스러운 상황이라 보수를 바라 볼 때 이런 우려를 지울 수가 없군요.
  • 2012/12/24 12:3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노노 2012/12/24 13:39 # 삭제 답글

    50대는 할아버지가 아닙니다. 애써 오십대를 노년으로 보시고 계시군요.
  • 박정웅 2012/12/24 13:46 #

    그런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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